회사는 남았는데, 사업의 심장은 움직였다

전통적인 기업 인수는 경계가 비교적 선명하다. 주식을 사고, 사업부를 넘겨받고, 공장이나 지식재산을 이전한다. 그런데 AI 산업에서는 법인을 그대로 둔 채 창업자와 핵심 연구자, 엔지니어, 기술 접근권이 함께 움직이는 거래가 반복되고 있다.

이 경우 질문은 단순하다. 회사를 사지 않았으니 채용일까. 아니면 그 팀이 하던 일을 다른 회사가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면 사실상 사업의 일부가 이동한 것일까.

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9월 9일 행정예고한 「기업결합의 신고요령」 개정안은 바로 이 경계를 다룬다. 공정위는 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확산되는 인력확보형 거래, Acqui-hire가 기업결합 신고·심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보는 것은 ‘몇 명을 스카우트했나’가 아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직원 수가 아니다. 공정위 설명은 조직화된 인력과 그들이 보유한 기술·지식이 사업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고, 핵심인력의 이전으로 양수회사가 기존 사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게 되는지를 본다.

즉 일반적인 이직이나 경쟁사 직원 몇 명을 영입했다고 곧바로 기업결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지식의 조직적 이전이 영업의 주요부분을 사실상 옮기는 효과를 내는지가 중요하다.

이 차이는 크다. ‘핵심인재가 나갔다’는 인사 이슈와 ‘사업기능이 이동했다’는 경쟁법 이슈는 같은 사건을 완전히 다른 층위에서 본다.

AI 회사의 기술은 코드에만 저장되지 않는다

AI 스타트업의 핵심역량을 하나의 저장장치에서 찾기는 어렵다. 코드는 repository에 있고, 모델은 서버에 있고, 데이터와 특허도 존재한다. 하지만 어떤 데이터가 실패했는지, 어떤 evaluation이 현실을 속였는지, 어떤 architecture를 버렸는지는 팀의 경험 속에 남아 있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지식이 한 사람에게만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자가 모델을 알고, 플랫폼 엔지니어가 inference 병목을 알고, 제품 담당자가 고객 실패사례를 알고, 리더가 이 셋을 어떤 순서로 연결해야 하는지 안다.

그렇다면 회사의 기술은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는 것도, 코드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함께 시행착오를 겪은 사람들 사이의 연결에 일부 저장돼 있다고 볼 수 있다.

Microsoft–Inflection AI는 ‘채용’과 ‘인수’ 사이의 경계를 먼저 흔들었다

2024년 Microsoft는 Inflection AI 공동창업자 Mustafa Suleyman을 비롯한 여러 핵심인력을 영입했고, 동시에 Inflection의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 Reuters는 관련 지급액을 약 6억5천만달러로 보도했다.

영국 경쟁당국 CMA는 이 인력 영입과 파트너십이 기업결합에 해당하는지 공식 조사했다. Microsoft는 인재 영입은 경쟁을 촉진하며 merger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중요한 것은 최종 법적 결론 하나가 아니라, 규제기관이 ‘사람을 데려오는 거래’만으로도 기업결합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이다.

Google–Character.AI도 법인은 남기고 사람과 기술 접근권을 움직였다

같은 해 Google은 Character.AI 공동창업자 Noam Shazeer와 Daniel De Freitas를 다시 영입했고 일부 인력도 Google로 이동했다. 동시에 Google은 Character.AI의 모델 기술에 대한 비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법인은 사라지지 않았고 전통적인 전면 인수도 아니었다. 그러나 창업자·일부 핵심인력·기술 사용권이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런 거래가 반복될수록 ‘회사를 인수한다’는 말보다 ‘특정 capability를 구성하는 사람과 기술을 확보한다’는 설명이 더 정확해지는 구간이 생긴다.

M&A의 최소 단위가 회사에서 팀으로 작아질 수 있다

이 현상을 ‘AI 인재전쟁이 심해졌다’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다. 더 구조적인 변화는 인수의 단위가 작아지는 것이다.

과거에는 특정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나 사업부를 통째로 사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소수 팀이 제품 방향, 연구 노하우, 데이터 처리법, 배포 경험을 묶어 하나의 핵심기능을 구성한다면 법인 전체보다 그 기능을 구성하는 팀이 거래의 실질적 대상이 될 수 있다.

Company Acquisition이 Capability Acquisition으로 분해되는 장면이다. AI처럼 소수의 인력이 많은 암묵지와 실행능력을 보유한 산업에서는 이 경계가 특히 빨리 흔들릴 수 있다.

기업의 핵심인재 관리도 ‘누구’에서 ‘어떤 연결’로 바뀔 수 있다

기업은 핵심인재를 보통 개인 단위로 관리한다. 성과가 높은 연구자, 희소한 엔지니어, 중요한 리더를 명단에 올린다. 그러나 Acqui-hire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가치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좋은 연구자 10명을 시장에서 따로 채용하는 것과 2년 동안 같은 제품을 만들며 실패와 성공을 공유한 10명을 함께 확보하는 것은 다르다. 후자에는 누가 무엇을 잘하는지, 어느 판단을 믿어야 하는지, 어떤 시도를 이미 버렸는지에 대한 집단적 기억이 있다.

이를 단순히 팀워크라고 부르면 작아 보인다. 사업 관점에서는 시간을 압축하는 자산에 가깝다. 새 조직이 오랜 시행착오로 배워야 할 것을 이미 지나온 팀이 함께 움직인다면 그 이동의 경제적 의미는 개인 연봉의 합보다 커질 수 있다.

Banseog View — AI 시대의 희소자산은 ‘최고의 한 명’보다 함께 움직이는 Capability일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공정위가 HR의 언어가 아니라 사업기능의 언어로 사람의 이동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누가 이직했는지가 아니라, 그 이동으로 어떤 사업능력이 다른 회사에 생겼는지를 묻는다.

이 관점은 인재관리에도 역으로 적용할 수 있다. 조직도상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빠질 때 함께 사라지는 capability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capability가 어떤 사람들의 연결로 유지되는지를 봐야 한다.

AI 시대에는 인재가 사업을 위한 자원인 것을 넘어, 어떤 경우에는 인재의 조직 자체가 사업의 일부일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인재전쟁은 ‘누가 제일 뛰어난가’뿐 아니라 ‘어떤 팀이 하나의 사업능력으로 함께 움직일 수 있는가’를 둘러싼 경쟁이 될 수 있다.

근거가 된 원자료

공정위 개정안은 일반적인 직원 이직이나 단순 스카우트를 모두 기업결합으로 보는 것이 아닙니다. 조직화된 핵심인력과 기술·지식의 이전으로 기존 사업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지, 그리고 법령상 신고요건을 충족하는지 등을 함께 봐야 합니다. 개정안은 2026년 9월 30일까지 행정예고 단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