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년 기술학교의 졸업 후 진로가 처음으로 다른 기업에도 열렸다
2026년 10월 23일 히타치제작소와 JX금속이 공동 발표한 변화는 새로운 공장이나 연구소의 설립이 아니다. 히타치가 직접 운영해 온 기업 내 고등전수학교 '히타치공업전수학교'에서 2027년 4월 입학생부터 JX금속도 졸업 후 진로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결정이다.
이 학교는 1910년 히타치 창업과 같은 해 견습공 양성소로 출발했다. 히타치그룹에서 일할 제조기술자를 교육해 지금까지 1만 명이 넘는 기술인력을 배출했다. 이번 결정으로 학생들은 3년간 제조기술을 배운 뒤 히타치그룹 외의 기업으로도 진출할 선택지를 갖게 된다.
정상적인 3년 교육과정을 거치는 첫 적용 기수의 졸업은 2030년 3월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현재 채용인원이 늘었다는 소식이 아니라 앞으로 필요한 숙련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경로를 넓히는 결정이다. 한 기업이 115년간 쌓은 교육기반을 왜 다른 기업의 인재 확보에도 활용할까.
학교가 곧 기업의 인재 확보체계였던 이유
히타치공업전수학교는 일반적인 단기 사내 연수와 다르다. 1910년의 견습공 양성소에서 시작해 전기·기계가공·용접과 같은 제조현장 기술을 3년에 걸쳐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다. 학생들이 졸업 뒤 히타치그룹에 진출해 일하도록 하는 경로를 오랫동안 운영했다.
기업이 이런 학교를 직접 운영하려면 교원·시설·실습 설비와 커리큘럼에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대신 외부 채용시장에서 완성된 숙련자를 찾는 일 외에 미래 인력의 기초능력을 직접 형성할 선택지를 확보한다.
이번 협력의 의미는 교육기관을 새로 하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축적된 인력육성 자산의 혜택을 받는 기업 범위를 늘린다는 점에 있다. 학교의 소유와 운영주체가 변경됐다는 발표는 없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졸업 후 진로의 확대와 인재육성 협력이다.
왜 JX금속인가: 두 회사는 히타치광산에서 갈라진 산업적 뿌리를 갖는다
히타치와 JX금속은 완전히 무관한 제조기업이 아니다. 1905년 구하라 후사노스케가 히타치광산을 열었고, 광산의 전기·기계설비를 맡았던 오다이라 나미헤이가 1910년 히타치제작소를 창업했다. 광업·제련 사업은 이후 오늘날 JX금속에 이어지는 산업적 흐름을 갖는다.
히타치는 에너지·철도·디지털·산업시스템으로, JX금속은 구리·희소금속과 반도체·정보통신용 첨단소재로 사업을 확장했다. 사업영역은 달라졌지만 이바라키현 히타치시라는 지역적 기반과 제조기술의 역사는 연결돼 있다.
공통된 기원은 협력의 배경을 설명하지만 사업상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회사별로 요구하는 공정·장비·품질규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지역의 공통교육이 각 기업의 실제 업무에 얼마나 유효하게 이어지는가다.
그 학교는 2026년 4월부터 이미 Physical AI 시대의 교육을 시작했다
히타치는 2026년 4월 6일 학교의 교육과정 개편을 발표했다. 독일 Festo의 Cyber-Physical Lab(CP-Lab)을 풀세트 도입하고, 실제 생산설비와 디지털 제어 프로그램의 연결을 학습하는 과정을 시작했다. 기업은 이 교육을 숙련기술과 디지털 기술을 함께 이해하는 '디지털 장인(디지털 다쿠미)' 육성으로 설명한다.
전기·제어 분야에서는 센서 데이터가 제조실행시스템(MES)과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에 연결되고 공정의 상태 파악과 개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학습한다. 설계·기계가공은 3D CAD/CAM과 CNC 선반을 결합해 설계에서 가공까지 배운다.
용접 분야에는 숙련자의 작업지식과 로봇기술을 연결하는 교육이 포함된다. 단순히 로봇을 조작하는 법이 아니라 품질을 좌우하는 기술적 조건과 작업 내용을 로봇에 전달하는 능력을 기르려는 것이다. 다만 교육 도입 자체가 졸업생의 생산성 향상이나 공장의 완전자율화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Physical AI 시대에도 왜 전기·기계·용접 기초기술을 가르칠까
로봇이 제조현장에 들어와도 용접 품질을 결정하는 소재 특성과 작업조건, 센서·모터·제어기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공정의 이상을 데이터로 감지한 이후 실제 장비에 어떤 조치를 적용할지 판단하려면 물리적인 작업지식이 필요하다.
실제 설비를 아는 숙련자와 디지털 시스템을 다루는 사람이 완전히 분리된 조직에서는 현장 문제를 소프트웨어의 실행 가능한 요건으로 번역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히타치 학교의 교육개편은 이 간격을 줄이려는 방향으로 읽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학생을 AI 개발자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다. 제조공정의 원리와 품질을 이해하면서 디지털 장비·로봇을 생산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을 기르는 것이다. 이는 학교 발표에 근거한 교육목표이며 성과의 검증은 앞으로의 과제다.
JX금속의 인재전략은 새 협약 이전부터 지역 제조인력 확보를 향하고 있었다
JX금속은 반도체 스퍼터링 타깃, 고기능 구리합금과 정보통신용 소재를 개발·제조한다. 첨단소재의 중요성이 높아져도 실제 생산에는 용해·주조·열처리·가공·검사, 설비보전과 품질관리 같은 현장 전문성이 요구된다.
JX금속은 2026년 공식 인재전략에서 제조현장의 인재 확보와 숙련기술 전승을 경영과제로 제시했다. 이바라키현에서는 2022년 10월 지역종합직 제도를 도입해 지역에 정착하는 인재의 채용·육성을 추진했다. 2026년 4월부터 가나가와현과 오이타현으로도 확대했다.
새 교육협력은 이런 지역 인재전략과 연결해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어느 공장에 학교 졸업생을 몇 명 배치할지, 별도 교육비를 어떻게 분담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협약만으로 특정 직무의 신규 채용을 확정할 수 없다.
바로 전날 JX금속은 티타늄동 생산능력 50% 확대를 발표했다
10월 22일 JX금속은 AI 서버 내 커넥터에 쓰이는 티타늄동의 수요 증가에 대응해 2029년도 생산능력을 2026년도보다 50% 높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가나가와현 구라미공장에서는 열처리 설비를, 무로란동합금에서는 용해·주조 설비를 늘린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열처리 공정은 수요 급증으로 병목이 됐다. 해당 발표는 소재 제조능력과 공급 안정성을 높이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증설 사업을 위해 히타치공업전수학교 협약을 체결했다는 직접적인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두 발표는 시간의 차이를 보여준다. 제조설비 확대는 2029년 목표인 반면 2027년 입학생의 3년 교육은 2030년 졸업으로 이어진다. 투자계획과 숙련인력 양성의 시계가 길게 움직인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인과관계를 혼동하면 안 된다.
공통으로 가르칠 기술과 회사별로 따로 가르칠 기술을 구분할 수 있을까
전기제어, 기계가공, 용접, 안전, CAD/CAM, 공정 데이터의 해석처럼 여러 제조기업에서 활용 가능한 기초역량이 있다. 반면 특정 공장의 생산조건, 첨단소재 품질규격, 내부 작업절차와 장비 운영방법은 각 회사의 고유한 기술에 가깝다.
히타치와 JX금속의 협력이 시사하는 것은 모든 기술교육을 공동화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공통의 기초 제조역량을 교육하는 기반은 함께 활용하고, 입사 후 현장의 고유한 요구에 따라 전문성을 추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다만 공동 교육이 각 기업의 직접 교육보다 비용을 절감하는지 확인하려면 실제 교원·시설 비용, 교육과정의 맞춤화 비용, 졸업생의 업무 적응기간을 비교해야 한다. 이번 발표에는 공동 비용배분이나 투자회수의 구체적 수치가 없다.
히타치는 경쟁력을 공유하는 것일까, 인재 선택권을 넓히는 것일까
히타치 입장에서 반론도 가능하다. 그동안 학교의 졸업생이 히타치그룹으로 진출해 왔다면 앞으로는 학생이 JX금속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학교를 운영하는 기업이 확보하는 졸업생의 비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2026년 4월 입학식에는 신입생 69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이 숫자는 2026년의 한 기수에 관한 수치일 뿐 2027년 입학정원이나 JX금속 채용 가능 인원을 뜻하지 않는다. 입학정원이 고정된 상태에서 취업처만 늘어나면 기업 간 인재 배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JX금속 진로가 추가돼 지원학생이 늘거나 학교의 선택 매력이 높아질 수도 있다. 어느 결과가 실제 나타날지는 미확인이다. 공동 교육기관을 운영하는 기업이 반드시 더 많은 인재를 확보한다는 보장은 없다.
학생에게는 무엇이 달라지는가: 졸업 후 두 기업을 선택할 가능성
2027년 입학생부터는 히타치그룹뿐 아니라 JX금속으로도 취업할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기업의 사업영역이 다르므로 동일한 전기·기계·용접 교육을 마친 학생이 자신에게 적합한 제조산업을 비교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학교는 2027년도 입학 공식 모집요강을 2026년 10월 1일 수정해 취업처 추가를 안내했다.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는 2026년 11월 13일 오전 9시부터 11월 25일 오후 11시 59분까지의 원서접수 일정도 공지돼 있다.
다만 진로의 선택지가 열렸다는 것과 JX금속 취업이 자동 보장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기업별 선발기준과 배치 직무, 졸업생 채용 규모는 앞으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공동육성의 성패는 2030년부터 더 구체적으로 보일 수 있다
우선 2027년 입학 지원자가 실제로 얼마나 확보되는지, 인재 확보 경쟁이 어떤 형태로 변화하는지 볼 필요가 있다. 그다음에는 교육과정의 이수·졸업, 히타치 및 JX금속 진로 선택, 입사 후 현장 적응과 장기근속 등을 구분해 추적해야 한다.
산업의 관점에서는 실제 공장에 배치된 졸업생들이 디지털 기술과 숙련 작업을 연결하는 능력을 얼마나 발휘하는지가 중요하다. 학교의 도입 발표나 교육장비의 수만으로 생산성 향상을 측정할 수는 없다.
이런 항목은 반석이 제안하는 향후 평가기준으로, 회사가 이미 발표한 정량 KPI나 성과가 아니다. 2027년 첫 적용 기수의 정상 졸업은 2030년경이므로 단기간의 고용 개선과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BANSEOG VIEW
BANSEOG VIEW | 기업이 사람을 뽑는 곳과 사람을 길러내는 기반은 같아야 할까
히타치는 1910년부터 필요한 제조기술자를 직접 육성해 왔고, 2026년에는 Physical AI 시대에 맞춰 숙련기술과 디지털 역량을 결합하는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이제 2027년 입학생부터는 히타치그룹 외에 JX금속이라는 진로가 추가된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채용공고 확대가 아니다. 제조업의 공통 기초역량을 양성하는 교육 기반과 각 회사에서 가르쳐야 할 고유 공정기술을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다. 교육을 보유한 히타치가 확보할 인재의 비율이 달라질 위험도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배워야 할 질문은 '우리 학교를 모두에게 개방할 것인가'가 아니다. 여러 회사에서 가르쳐도 경쟁력이 약해지지 않는 역량은 무엇이며, 공동 교육이 실제 지원자·기술숙련·근속과 비용에서 어떤 개선을 만들 수 있는가다. 지금까지는 협력과 진로 확대 계획이 확인됐을 뿐 성과는 앞으로 검증해야 한다.
SOURCES
근거가 된 원자료
- 히타치제작소·JX금속 — 기술인재 공동육성 발표 (2026.10.23)
2027년 입학생부터 히타치 외 JX금속 취업 선택 가능, 3년 교육, 115년·1만 명 이상 배출, 향후 JX금속 강의 검토.
- 히타치 — Cyber-Physical Lab 교육체계 도입 (2026.04.06)
Festo CP-Lab 풀세트, MES/ERP, CAD/CAM·CNC, 로봇 용접과 현장 숙련 전달 교육.
- JX금속 — 티타늄동 생산능력 50% 증설 (2026.10.22)
2029년도 생산능력 목표, 구라미 열처리 공정과 무로란 용해·주조 투자. 학교 협약과 직접 인과관계 미확인.
- JX금속 — 2026년 인재전략
지역종합직 제도와 기술·생산 현장 인력 확보·육성, 숙련기술 전승.
- 히타치공업전수학교 — 2027년 입학 모집요강 공식 개정
2026년 10월 1일 취업처 추가에 따른 2027 입학 모집요강 수정.
- 히타치공업전수학교 — 2027 입학시험·지원 일정
2026년 11월 13~25일 접수 및 진로 정보 업데이트.
- 히타치공업전수학교 — 2026년도 입학식 (2026.04.07)
2026년 입학생 69명. 2027년 정원이나 JX금속 채용 인원 아님.
- 히타치시 — 히타치광산과 히타치제작소의 산업사
1905년 히타치광산, 1910년 히타치제작소 설립과 동일 지역의 산업적 배경.
2026년 10월 27일 작성. 10월 23일 두 회사 공식 공동 발표는 2027년 4월 입학생부터 졸업 후 JX금속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는 계획이며 채용 보장이 아니다. 115년, 1만 명 이상 배출은 회사 공식 표현. 2026년 4월 Physical AI 교육은 새로 도입됐으나 고용·생산성 성과 미공개. JX금속 10월 22일 티타늄동 50% 증설 발표와 학교 협약의 직접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비용 분담·2027년 정원·기업별 진출 인원·졸업생 현장 성과 미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