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에게 두 개의 연봉표가 존재한다
연봉협상에서는 5% 인상도 쉽지 않은데, 막상 다른 회사로 옮길 때는 그보다 큰 폭의 제안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사람의 능력이 몇 달 사이 갑자기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달라진 것은 그 사람에게 가격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현재 회사는 기존 연봉, 직급, 사내 임금 밴드, 정기 인상 예산과 내부 형평성을 함께 봅니다. 반면 새로 사람을 뽑는 회사는 지금 필요한 역할을 채우는 비용,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정도, 경쟁사의 제안, 채용을 미뤘을 때 생기는 손실까지 고려합니다. 그래서 한 사람에게 회사 안의 가격표와 외부 시장의 가격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2026년 7월, 미국 이직자의 보수 증가율은 7.0%였다
ADP가 2026년 8월 5일 발표한 7월 Pay Insights에서 같은 직장에 남은 사람의 전년 대비 연간 보수 증가율 중앙값은 4.4%, 직장을 바꾼 사람은 7.0%였습니다. 격차는 2.6%포인트입니다. ADP는 매달 1,500만 건이 넘는 개인 보수 변화를 추적하며, 이직자는 이전 회사와 현재 회사가 모두 ADP 고객인 경우를 연결해 계산합니다.
숫자만 보면 결론은 쉬워 보입니다. 연봉을 올리려면 옮기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이직이라는 행동이 임금을 2.6%포인트 더 올렸다”는 실험 결과가 아닙니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던 사람이 이직했을 가능성, 특정 산업의 인력 부족, 역할 변화와 보너스·초과근무 같은 보수 구성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ADP의 보수에는 기본급만이 아니라 보너스, 커미션, 팁, 초과근무 등이 포함됩니다.
다른 데이터로 보면 프리미엄은 더 작다 — 그래도 방향은 같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Wage Growth Tracker는 다른 표본과 다른 정의를 씁니다. 2026년 6월 기준 직장을 바꾸지 않은 사람의 시간당 임금 증가율은 3.4%, 직장을 바꾼 사람은 4.1%였습니다. 격차는 0.7%포인트로 ADP보다 훨씬 작습니다.
두 숫자가 다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ADP는 실제 급여거래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간 총보수 변화를 보고, 애틀랜타 연은은 미국 Current Population Survey의 시간당 임금을 사용합니다. 이직자의 정의도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두 자료 모두 최근 시점에 이직자 쪽 증가율이 더 높다는 방향을 보여주면서도, “이직 프리미엄이 정확히 몇 퍼센트”라고 하나의 숫자로 고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사람들이 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의 최신 연간 공식 일자리 이동통계는 조금 다른 장면을 보여줍니다.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6월 발표한 2024년 일자리이동통계에서 기업 간 이동자는 384만8천 명, 이동률은 14.7%였습니다. 전년 15.1%보다 낮아졌습니다. 같은 기업에 남은 사람의 비율은 72.1%로 전년보다 1.1%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같은 기관이 2026년 2월 발표한 2024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통계에서 월평균 소득은 375만원으로 전년보다 3.3%, 중위소득은 288만원으로 3.6% 늘었습니다. 다만 이 자료는 잔류자와 이직자의 임금상승률을 미국 ADP처럼 같은 방식으로 비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7.0% 대 4.4%를 한국 직장인에게 그대로 옮겨 “한국에서도 이직하면 2.6%포인트 더 오른다”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이직 프리미엄의 정체는 ‘재가격’이다
연봉은 개인의 실력을 숫자로 환산한 절대적인 가격표가 아닙니다. 회사 안에서는 과거에 맺은 계약의 연장선에서 움직입니다. 성과가 좋아도 한 해 인상률에는 예산과 직급 체계가 있고, 특정 직원만 크게 올리면 내부 형평성 문제가 생깁니다. 이미 채용한 사람의 가격은 이런 장치들에 묶여 천천히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 채용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회사가 지금 이 역할을 채우지 못해 잃는 것이 무엇인지, 비슷한 사람을 시장에서 얼마에 구할 수 있는지, 후보자가 다른 선택지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가 가격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지난 3년 동안 맡은 책임은 크게 늘었는데 내부 연봉표가 따라오지 못한 사람, 특정 기술의 수요가 갑자기 커진 사람, 인접 산업에서 새롭게 필요해진 경력을 가진 사람에게 외부 시장의 가격표가 더 높게 붙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이직이 몸값을 올려주지는 않는다
같은 수준의 역할을 비슷한 수요의 산업으로 옮기면서 경쟁력 있는 근거가 없다면 외부 시장도 현재 회사보다 높은 가격을 붙일 이유가 없습니다. 채용시장이 식으면 기업은 후보자의 대안을 더 쉽게 찾을 수 있고, 이직 프리미엄도 줄어듭니다. 반대로 특정 인력이 부족하거나 채용 지연 비용이 큰 영역에서는 격차가 커질 수 있습니다.
산업별 차이도 큽니다. ADP는 2026년 6월 건설업 이직자의 전년 대비 보수 증가율이 12.9%로 전체 이직자보다 크게 높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레저·숙박업은 ADP가 추적하는 산업 가운데 잔류자의 보수 증가율이 이직자를 지속적으로 웃도는 예외적인 산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직은 언제나 유리하다”가 아니라, 어떤 시장에서 어떤 경력을 가지고 움직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연봉협상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인상률이 아니라 가격 차이다
현재 연봉이 6천만원인 사람이 “올해 몇 퍼센트를 올려야 적정한가”만 묻는다면 기준은 계속 현재 연봉에 묶입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지금 시장에서 같은 수준의 책임을 맡길 사람을 회사들이 얼마에 찾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그 역할을 실제로 맡을 수 있다는 증거가 있는지입니다.
외부 채용 제안이 반복해서 들어오는지, 비슷한 직무의 책임범위가 커지고 있는지, 예전에는 우대사항이던 경험이 최근 JD에서 필수조건으로 올라오고 있는지, 다른 산업에서도 같은 경력을 찾기 시작했는지를 보면 현재 회사의 가격과 시장가격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단지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시장가격이 자동으로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오퍼의 숫자만 비교하면 또 틀릴 수 있다
이직 제안이 현재 연봉보다 높다고 해서 실제 보상이 반드시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성과급의 확률과 지급시점, 주식보상, 퇴직금과 장기근속 혜택, 출퇴근 비용, 근무시간, 고용안정성까지 합치면 기본연봉의 차이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특히 직급은 올라가지만 역할의 시장성이 좁아지는 이동이라면 다음 이직에서 선택지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연봉은 중요한 가격이지만 커리어의 전부는 아닙니다. 좋은 이직은 오늘의 보수와 다음 시장에서의 선택지를 함께 넓힙니다. 높은 오퍼를 받았더라도 그 역할에서 2~3년 뒤 어떤 경력이 남는지를 같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BANSEOG VIEW
이직은 연봉을 올리는 기술이 아니라, 내 경력의 시장가격을 확인하는 사건이다
이직자의 보수 증가율이 더 높은 데이터는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숫자를 “옮기면 돈을 더 번다”는 공식으로 쓰면 절반만 맞습니다. 더 높은 오퍼를 만드는 것은 이동 그 자체가 아니라 외부 시장에서 희소하게 평가되는 경험, 커진 책임범위, 대체하기 어려운 성과와 선택지입니다.
현재 회사와 시장의 가격 차이가 커졌다면 이직은 그 차이를 현실의 연봉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장이 현재 회사보다 높은 가격을 붙이지 않는다면 회사를 바꿔도 프리미엄은 크지 않습니다. 결국 연봉을 올리는 가장 오래가는 방법은 자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다시 가격을 매길 이유가 있는 경력을 만드는 것입니다.
SOURCES
주요 자료
- ADP National Employment Report — July 2026
2026년 7월 미국 민간고용 및 Pay Insights. 잔류자 4.4%, 이직자 7.0%. 월 1,500만 건 이상의 개인 보수변화 관측.
- Federal Reserve Bank of Atlanta — Wage Growth Tracker
2026년 6월 시간당 임금 증가율. 비이직자 3.4%, 이직자 4.1%. CPS 기반으로 ADP와 정의가 다름.
- ADP Research — One big number
2026년 6월 건설업 이직자 보수 증가율 12.9%와 산업별 인력수급 차이를 분석.
- ADP Research — Leisure, hospitality, and the rewards of loyalty
레저·숙박업에서는 잔류자의 보수 증가율이 이직자를 지속적으로 웃도는 산업별 예외를 설명.
- 국가데이터처 — 2024년 일자리이동통계 결과
2026년 6월 발표. 2024년 기업 간 일자리 이동률 14.7%, 동일 기업 유지율 72.1%.
- 국가데이터처 — 2024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
2026년 2월 발표. 2024년 월평균 소득 375만원, 중위소득 288만원. 전년 대비 각각 3.3%, 3.6% 증가.
미국 ADP와 애틀랜타 연은 자료는 미국 노동시장의 이직자·잔류자 임금 변화를 비교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두 기관은 표본, 보수 정의와 이직자 정의가 다르며 관찰된 격차를 이직의 인과효과로 해석할 수 없습니다. 한국 국가데이터처 자료는 최신 연간 이동·소득 구조를 보여주지만 이직자와 잔류자의 임금상승률을 직접 비교한 자료가 아니므로 미국의 수치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