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사람이 줄어든다는 공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AI가 기업에 들어오면 흔히 같은 장면을 떠올린다. 사람이 하던 일을 AI가 대신하고, 같은 일을 더 적은 인원으로 처리하면서 조직이 작아지는 모습이다.

그런데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2017년부터 2024년까지 기업활동조사 패널을 분석한 결과는 조금 달랐다. 당해 연도에 새로 AI를 활용한 기업의 고용은 2.9%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고, 전년도부터 계속 활용한 기업의 점추정치는 3.8%였다. 두 수치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숫자 자체보다 방향을 조심스럽게 볼 필요가 있다.

AI를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고용 결과도 달랐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활용 목적에서 나타났다. 제품·서비스 개발 목적으로 AI를 활용한 기업에서는 고용이 약 4.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생산공정 목적 활용의 1.5% 추정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는 생산공정 AI가 고용을 줄였다는 뜻도, 늘렸다는 뜻도 아니다. 이번 분석에서는 어느 방향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2024년 AI 활용 기업 가운데 59.3%가 제품·서비스 개발을 주된 활용 목적으로 응답했다. AI가 기존 일을 줄이는 도구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도구로 상당 부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새로운 일을 만들면 AI 엔지니어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AI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하면 필요한 사람의 범위도 넓어진다. 모델을 만드는 사람뿐 아니라 제품을 기획하고, 데이터를 관리하고, 보안을 책임지고, 고객에게 판매하고, AI가 낸 결과를 검증하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역할이 함께 생길 수 있다.

기술 하나가 특정 작업을 줄이는 동시에 그 기술로 전에 없던 일을 만드는 역할을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AI와 고용을 볼 때는 “AI를 도입했는가”보다 “AI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AI를 샀다고 바로 생산성이 뛰는 것도 아니었다

같은 연구원의 별도 분석에서는 같은 기업이 AI를 활용한 해의 매출과 1인당 매출이 즉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고 확인되지 않았다. 노동생산성의 뚜렷한 개선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AI 최초 도입 전후의 흐름에서는 도입 2년 차 이후 매출이 약 3~4% 수준의 양(+) 추정치로 이어지는 패턴이 관찰됐다. 연구진도 도입 이전 추세와 넓은 신뢰구간 때문에 이를 확정적인 인과효과로 단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AI를 성과로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릴 가능성은 생각해볼 만하다.

AI 성과는 기술 하나보다 그 기술이 올라갈 토대와 함께 움직인다

또 다른 2024년 사업체 분석에서는 클라우드·데이터 분석·IoT 세 가지를 모두 이용하는 사업체의 AI 이용률이 82.2%였고, 세 가지를 하나도 이용하지 않는 사업체는 4.5%였다. 같은 시점의 상관관계이므로 디지털 기반이 AI 도입을 인과적으로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이 AI를 실제 업무와 제품에 연결하려면 데이터가 쌓이고, 시스템이 연결되고, 그것을 다룰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실무 문제다. 솔루션을 구매하는 것과 조직이 AI를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은 다른 문제다.

AI 시대의 질문은 “몇 명을 줄일까”보다 “어떤 일을 새로 만들까”에 가까울 수 있다

AI가 더 발전하면 자동화로 줄어드는 업무와 역할은 분명 생길 것이다. 특히 반복적이고 표준화하기 쉬운 작업은 압력을 더 빨리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AI를 이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에서는 다른 종류의 인력이 필요해질 수 있다. 자동화와 가치 창출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AI가 사람을 없애는지 묻기 전에 한 가지를 더 봐야 한다. 그 회사는 AI로 기존 일을 줄이고 있는가, 아니면 AI로 이전에는 없던 일을 만들고 있는가. 사람의 숫자가 달라지는 것은 그 다음일 수 있다.

AI가 고용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AI의 사용 목적이 역할의 구조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한국 기업 패널은 AI 도입을 곧바로 감원과 동일시하기 어렵다는 근거를 제공한다. 특히 제품·서비스 개발 목적에서는 양(+)의 고용 추정치가 확인됐지만 생산공정 목적에서는 유의한 변화를 확인하지 못했다.

기업과 인재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AI 사용 여부보다 AI가 어떤 Task를 없애고 어떤 Task·Role·Capability를 새로 만들고 있는지 추적하는 것이다.

근거가 된 원자료

2026년 8월 30일 기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공개 보도자료를 사용했습니다. +2.9%, +4.0%, 3~4%는 패널 분석의 추정치이며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확정적 인과효과가 아닙니다. 생산공정 목적 활용에서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고용 감소가 확인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82.2%와 4.5%는 같은 시점에 관찰된 관계이므로 디지털 토대와 AI 활용의 인과관계를 단정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