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를 없앴는데, 채용 달력은 다시 돌아왔다
롯데는 2021년 그룹 공채를 폐지하고 계열사가 필요한 시점에 인재를 선발하는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필요한 직무와 인원을 더 빠르게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수시채용의 장점이다.
그런데 2024년 롯데는 신입채용의 시간을 다시 정례화했다. 이름은 공채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수시채용’이다. 채용 계획이 있는 계열사들이 3월, 6월, 9월, 12월에 전형을 시작하도록 맞췄다. 공채의 연 1~2회 일괄 선발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수시채용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시간표만 다시 만든 구조다.
수시채용의 유연성은 지원자에게 “계속 확인해야 하는 비용”을 만들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수시채용은 합리적이다. 빈 포지션이 생기거나 새로운 사업이 시작될 때 바로 사람을 찾을 수 있다. 반면 구직자는 원하는 회사의 채용 페이지를 반복해서 확인해야 하고, 공고가 열리는 시점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정보를 추적해야 한다.
롯데가 2024년 제도 도입 당시 인용한 인크루트 조사에서는 2030세대 신입 구직자 488명 가운데 86%가 채용공고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취업 준비가 불편하다고 답했고, 88.1%는 예측 가능한 수시채용이 도입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전체 구직자를 대표하는 통계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수시채용의 시간 불확실성이 후보자 경험의 한 비용이 될 수 있다는 신호다.
3·6·9·12는 옛날 공채의 부활이 아니라 “WHEN과 WHAT의 분리”에 가깝다
예측 가능한 수시채용에서 고정되는 것은 모든 계열사가 같은 인원을 같은 직무로 뽑는 것이 아니다. 고정되는 것은 채용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다. 실제 참여 계열사와 모집 직무, 인원은 각 분기와 사업 수요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구조를 단순화하면 WHEN은 3·6·9·12월이라는 일정으로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WHAT은 각 계열사가 필요한 직무와 인원에 맞게 유연하게 유지한 셈이다. 기업의 수요 변화와 지원자의 준비 가능성을 서로 다른 레이어로 다룬 것이다.
2026년에도 같은 달력 안에서 채용 내용은 계속 바뀐다
2026년 3월에는 15개 계열사가 참여해 MD, 영업, 마케팅, 경영지원 등 30여 개 분야에서 세 자릿수 규모 신입채용을 진행했다. 같은 3·6·9·12 구조를 유지하면서 계열사별 수요를 묶었다.
2026년 9월 채용도 15개 계열사가 참여하지만 모집 범위는 영업, 마케팅, R&D, AI 등 50여 개 직무로 제시됐다. 특히 롯데이노베이트와 롯데건설의 AI 전문인력 채용 등 당시 사업 우선순위가 직무 구성에 반영됐다. 달력은 반복되지만 그 안의 인재 수요는 고정돼 있지 않다.
기업의 채용 설계에서 “유연해야 한다”는 말이 “예측 불가능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채용팀이 수시채용을 택하는 이유는 사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모든 채용 활동의 시작 시점까지 완전히 불규칙해야만 유연한 것은 아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신입·대규모 채용은 일정한 창구를 만들고, 정말 긴급하거나 희소한 포지션은 별도로 수시 대응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일정이 예측 가능하면 기업도 채용 홍보, 대학 접점, 면접관 확보, 입문교육과 멘토링 같은 후속 운영을 미리 준비하기 쉬워진다. 롯데 역시 2024년 제도 도입 당시 예정된 신입채용 일정이 교육제도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Search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 공개모집하고 언제 직접 찾아야 하는가”를 나누는 것이다
모든 포지션을 분기별 채용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특정 기술, 리더, 경력직처럼 시장에 후보자가 적고 발생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역할은 공고 창구를 기다리기보다 즉시 탐색해야 할 수 있다.
반대로 반복 수요가 있는 신입·대규모 직군은 예측 가능한 일정이 후보자 풀을 모으는 데 유리할 수 있다. 기업의 채용 구조는 공채와 수시채용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역할은 달력으로 모으고 어떤 역할은 Search로 즉시 찾아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문제에 더 가깝다.
BANSEOG VIEW
채용의 유연성과 예측가능성은 동시에 설계할 수 있다
롯데의 3·6·9·12 구조가 보여주는 것은 공채의 단순한 부활이 아니다. 채용 시기라는 시간 레이어는 표준화하면서, 참여 계열사·직무·인원이라는 수요 레이어는 유연하게 남겨둔 방식이다.
기업이 채용체계를 설계할 때 “공채냐 수시냐”보다 더 실무적인 질문은 무엇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무엇을 유연하게 남길 것인가다. 반복 수요는 일정화하고 희소·긴급 포지션은 Search로 보완하는 혼합 구조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SOURCES
근거가 된 원자료
- 롯데 · 9월 예측 가능한 수시 채용 진행
2026-08-31. 2026년 9월 15개 계열사, 영업·마케팅·R&D·AI 등 50여 개 직무, 세 자릿수 규모 채용 계획.
- 롯데 · 3월 예측 가능한 수시채용 진행
2026-03-03. 15개 계열사, 30여 개 분야, 세 자릿수 규모 채용 및 I'M 전형·분기별 지원 프로그램 설명.
- 롯데 · 예측 가능한 수시 채용으로 신입사원 선발
2024-03-04. 2021년 공채 폐지 이후 수시채용의 장단점, 3·6·9·12월 제도 도입 배경, 인크루트 488명 조사 수치 설명.
-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Career Hub · 롯데그룹 2026년 9월 채용 안내
2026-09-01. 인턴·일반·I'M·SNS 전형과 영업·마케팅·전략·IT·기술·R&D·물류운영 등 모집 범위를 교차확인.
2026년 9월 5일 기준 공개자료를 사용했습니다. 2026년 9월의 세 자릿수 규모는 채용 계획이며 실제 최종 입사자 수가 아닙니다. 86%와 88.1%는 롯데가 2024년 제도 도입 당시 인용한 2022년 인크루트의 2030세대 신입 구직자 488명 조사 결과로 전체 노동시장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또한 공개자료만으로 롯데가 각 시점에 특정 채용방식을 택한 내부 원인이나 성과 우열을 단정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