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장이 어려우면 희망연봉도 내려갈까

취업시장이 어려워지면 구직자의 기대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지원할 수 있는 회사가 줄고 경쟁이 강해지면 원하는 연봉도 낮추고 기업 규모나 직무에 대한 기준도 하나씩 포기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9월 1일 공개된 진학사 캐치의 ‘2026년 하반기 취업 전망’ 조사에서는 다른 조합이 나타났습니다. 구직자 1,013명 가운데 하반기 지원 의향자 900명의 평균 희망연봉은 4,470만원이었습니다. 올해 초 같은 조사에서 집계된 4,300만원보다 170만원 높습니다.

반면 자신이 실제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평균 연봉은 4,150만원이었습니다. 희망과 예상 사이에 320만원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적어도 응답자들이 ‘원하는 금액’과 ‘현실적으로 받을 것 같은 금액’을 같은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구직자는 이미 시장에 맞춰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하반기 취업 기준과 전략을 어떻게 조정할지 묻자 ‘지원 기업 규모를 넓히겠다’는 응답이 29%로 가장 많았습니다. 희망 직무 범위를 넓히겠다는 응답은 24%, 희망연봉을 낮추겠다는 응답은 21%였습니다. 지원 업종을 넓히거나 인턴·계약직까지 지원하겠다는 응답도 각각 15%였습니다.

이 결과만 보면 구직자가 현재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기업 규모, 직무, 고용형태, 연봉 중 일부를 조정하면서 실제 지원 가능한 범위를 넓히려는 행동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점은 선택지를 넓히는 것과 선호를 버리는 것이 같은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사람은 가장 원하는 조건을 유지하면서도 실제로 수용 가능한 대안을 동시에 늘릴 수 있습니다.

대기업 52%, 보상 42% — 핵심 선호는 그대로 남아 있다

지원 범위를 넓히겠다는 응답과 별개로, 하반기에 지원할 기업 유형을 복수응답으로 물었을 때 대기업이 52%로 가장 높았습니다. 공기업·공공기관은 30%, 중견기업은 29%, 중소기업은 13%, 외국계기업은 11%였습니다.

기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는 42%가 ‘연봉 등 보상 수준’을 꼽았습니다. 워라밸·근무환경은 18%, 성장 가능성·커리어 개발 기회는 12%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조사에서 보이는 행동은 ‘취업난인데도 눈높이가 그대로다’라는 한 문장보다 조금 더 복잡합니다. 대기업과 보상을 선호하지만, 동시에 지원할 기업 규모와 직무 범위는 넓히고 일부는 희망연봉도 낮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주목할 숫자는 ‘지원할 만한 공고가 적었다’는 37%다

상반기에 실제 취업 지원을 경험한 858명이 꼽은 가장 큰 어려움은 ‘지원할 만한 채용공고가 적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응답 비중은 37%였습니다. 경쟁 지원자의 높은 스펙·경험 수준은 21%, 적은 채용 인원은 18%, 높은 직무 요구역량은 17%였습니다.

하반기 지원 의향자 900명 가운데 49%는 실제 지원할 채용공고 수를 ‘5곳 이하’로 예상했습니다. 6~10곳은 23%, 11~20곳은 13%였습니다.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조건 지원 횟수를 늘리지 않는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구직자의 문제는 공고가 존재하느냐만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과 경력을 걸 만큼 의미 있는 공고가 얼마나 있느냐일 수 있습니다.

고용24에서도 구직자와 구인의 비대칭은 확인된다

고용노동부의 2026년 7월 고용행정 통계에서 고용24를 통한 신규구인 인원은 17만7천명, 신규구직 인원은 39만9천명이었습니다. 구직자 1명당 구인자 수를 뜻하는 구인배수는 0.44로, 전년동월 0.40보다는 상승했습니다.

다만 이 수치를 캐치 설문의 취업준비생과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고용24 통계는 해당 플랫폼을 이용한 구인·구직만 포함하며 제조업과 보건복지업 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전체 노동시장을 그대로 설명하는 지표는 아니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시장이 구직자에게 선택지가 넉넉한 환경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보조 신호로는 읽을 수 있습니다.

기업은 ‘희망연봉이 높다’에서 멈추면 중요한 것을 놓친다

기업 입장에서는 4,470만원이라는 숫자를 보고 ‘요즘 구직자의 눈높이가 높다’고 결론내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같은 사람들이 실제 예상연봉을 4,150만원으로 답했고, 21%는 희망연봉을 낮출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연봉은 단순히 현금 액수 하나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기업의 안정성, 직무 수준, 향후 연봉 상승 가능성, 브랜드, 경력의 시장가치, 복지와 근무조건에 대한 기대가 한 숫자 안에 함께 들어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설문 평균에 맞춰 연봉을 일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찾는 후보자에게 현재 제안이 왜 합리적인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연봉이 경쟁사보다 낮다면 더 빠른 책임 확대, 희소한 경험, 더 나은 근무조건, 명확한 성장경로 같은 다른 가치가 실제로 보여야 합니다.

채용공고가 있다는 것과 ‘지원할 이유가 있는 공고’가 있다는 것은 다르다

기업은 종종 ‘지원자가 없다’, ‘좋은 사람이 오지 않는다’, ‘면접까지 가도 연봉에서 깨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후보자가 부족한 이유가 언제나 사람 자체의 부족 때문인 것은 아닙니다.

업무는 넓은데 성장경로는 보이지 않고, 요구조건은 길지만 입사 후 얻을 수 있는 경험은 설명되지 않으며, 신입을 원하는지 즉시전력 경력자를 원하는지조차 모호하다면 기업은 공고를 하나 올렸어도 후보자에게는 ‘지원할 만한 공고’가 하나 늘어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여러 기회 사이의 차이가 설명되지 않을수록 후보자는 가장 비교하기 쉬운 숫자인 연봉을 보게 됩니다. 보상 경쟁만큼 중요한 것이 직무의 가치와 경력의 다음 단계를 설명하는 일인 이유입니다.

구직자는 기준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양보 가능한 것’과 ‘지킬 것’을 나누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희망연봉 4,470만원 하나가 아닙니다. 기업 규모를 넓히겠다는 29%, 직무 범위를 넓히겠다는 24%, 희망연봉을 낮추겠다는 21%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사람들은 취업시장이 어려워졌다고 모든 조건을 한꺼번에 포기하지 않습니다. 가장 원하는 선택과 실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을 분리하고, 양보 가능한 조건의 범위를 넓혀갑니다.

기업도 같은 방식으로 채용시장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왜 희망연봉이 이렇게 높지?’보다 ‘이 후보자가 무엇은 양보할 수 있고, 무엇은 포기하지 않는가?’가 더 유용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희망연봉과 예상연봉 사이의 320만원을 단순히 낮춰야 할 눈높이라고만 보는 회사와, 그 간격 속에 들어 있는 후보자의 선택 기준을 읽는 회사의 채용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채용시장에서 비싼 것은 높은 연봉만이 아니라, 좋은 후보자에게도 지원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 공고일 수 있습니다.

근거가 된 원자료

진학사 캐치 조사는 2026년 8월 19~21일 캐치 이용자 1,013명을 대상으로 한 QR코드 설문입니다. 전체 한국 구직자를 대표하는 국가통계가 아닙니다. 하반기 희망·예상연봉 및 지원 예정 공고 수는 하반기 지원 의향자 900명 기준으로 보도됐습니다. 고용24 구인·구직 수치는 별도의 행정통계이며 캐치 설문 표본과 직접 비교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