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썼는지가 아니라, AI로 어떻게 일하는지를 보기 시작했다
취업준비생에게 생성형 AI는 한동안 애매한 존재였습니다. 자기소개서를 AI로 써도 되는지, 면접 준비에 활용해도 되는지, 코딩테스트에서 쓰면 부정행위인지가 먼저 논쟁이 됐습니다.
2026년 하반기 채용에서는 조금 다른 장면이 나타났습니다. 넥슨은 AI 사용을 막는 대신 아예 AI 도구를 활용하는 문제해결 과정을 평가에 넣었고, KT는 개발자가 아닌 현장·영업·마케팅 신입에게도 AI 활용 역량을 주요 평가요소로 반영했습니다.
두 회사의 전형은 서로 다르고, 이 사례만으로 국내 모든 기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AI를 사용했는가’에서 ‘AI를 사용해 어떻게 판단하고 결과를 만드는가’로 질문이 이동하는 신호로는 충분히 볼 만합니다.
넥슨은 게임 프로그래머 채용에서 기존 코딩테스트를 없앴다
넥슨컴퍼니의 2026 채용형 인턴십 ‘넥토리얼 for Game Programmer’ 공식 전형은 서류접수, AI면접, AI활용 역량평가, 직군면접, 팀면접, 입사 순서입니다. 지원은 9월 7일 오후 4시까지 받습니다.
전자신문 보도에 따르면 올해는 기존 코딩테스트를 없애고, 지원자가 제공된 AI 도구를 활용해 실제 업무와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는 AI활용 역량평가를 도입했습니다. 평가에서는 AI 이해도뿐 아니라 문제 접근 방식과 구조적 사고력도 함께 본다고 밝혔습니다.
중요한 변화는 ‘코드를 직접 얼마나 빨리 쓰는가’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AI가 코드 생산의 일부를 담당할 수 있는 환경에서 후보자가 문제를 어떻게 쪼개고, 어떤 결과를 믿고, 무엇을 다시 검증하는지까지 평가범위가 넓어진 것으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KT는 AI 개발자가 아닌 NW·영업·마케팅 신입에게도 AI 활용을 본다
KT의 2026 대졸 신입 모집 분야는 NW인프라운용, B2B컨설팅&세일즈, B2C마케팅&세일즈입니다. AI 연구개발 직군만을 뽑는 전형이 아닙니다.
KT는 이번 채용에서 직무 전문성과 함께 AI 활용 역량을 주요 평가요소로 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AI 기술에 관한 단순한 지식을 묻기보다 실제 직무에서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문제해결 과정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부분이 넥슨 사례와 다른 의미를 만듭니다. AI 활용이 개발자에게만 붙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네트워크 운영, 기업고객 컨설팅, 소비자 마케팅에서도 업무방식의 일부로 평가될 수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ChatGPT 사용 가능’은 빠르게 정보량이 낮은 문장이 될 수 있다
업무용 도구가 새로 등장했을 때는 도구를 다룰 줄 안다는 사실 자체가 차별점이 됩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늘어나면 도구 이름만으로 사람을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생성형 AI도 비슷할 수 있습니다. ‘ChatGPT를 사용해봤다’, ‘Claude를 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가능하다’는 표현은 점점 더 많은 지원자가 쓸 수 있습니다.
그때 채용에서 정보량이 커지는 것은 도구명이 아니라 과정입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AI에게 무엇을 맡겼는지, 오류 가능성을 어떻게 확인했는지, 사람이 최종적으로 무엇을 판단했고 실제 결과가 무엇이었는지가 더 중요한 Evidence가 됩니다.
AI를 많이 쓰는 사람이 반드시 AI 활용 역량이 높은 것은 아니다
AI 활용을 평가한다고 해서 AI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 업무에는 틀린 답, 기밀정보, 저작권, 보안, 고객책임, 품질과 안전 같은 제약이 함께 존재합니다.
개발자는 AI가 작성한 코드가 실행되는지만 볼 수 없고 보안과 성능, 유지보수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영업은 고객정보를 무작정 외부 AI에 넣을 수 없고, 네트워크 운영자는 AI가 제안한 조치를 실제 인프라에 적용하기 전에 위험을 판단해야 합니다.
따라서 실무적인 AI 활용 능력은 사용량보다 ‘맡길 것과 맡기지 않을 것을 구분하는 판단’에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AI 결과를 검증하는 비용과 책임까지 고려하는 사람이 실제 업무에서는 더 강할 수 있습니다.
취업준비생은 AI 자격증보다 ‘문제 → 활용 → 검증 → 결과’를 남겨야 한다
기업이 AI 지식보다 실제 활용과정에 관심을 갖는다면 준비방법도 달라집니다. AI 관련 자격이나 도구명을 늘어놓는 것만으로는 실제 업무능력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 지원자가 ‘AI로 경쟁사를 분석했다’고 쓰는 것보다, 어떤 자료를 분류했고 어떤 오류가 생겼으며 어떤 검증기준을 만들어 최종 리서치 시간을 줄였는지 설명하는 편이 더 많은 Evidence를 제공합니다.
개발자도 ‘Copilot으로 코드를 작성했다’보다 AI로 어떤 초안을 만들고, 어떤 테스트나 코드리뷰로 오류를 잡았으며, 그 결과 개발시간이나 품질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편이 낫습니다. 앞으로 AI 경험은 기술명보다 업무 흐름 안에 들어가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업도 결과물 한 장보다 AI와 함께 일한 과정을 평가해야 한다
기업의 문제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AI를 쓸 수 있는 환경에서 과제의 완성도만 평가하면 후보자의 능력과 AI가 만든 결과를 분리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AI를 전부 차단하면 입사 후 실제 업무환경과 동떨어진 시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평가설계에서 더 중요해질 수 있는 것은 과정입니다. 후보자가 어떤 정보를 선택했는지, AI에 어떤 질문을 했는지, 답을 어디서 의심했는지, 어떻게 검증했고 마지막 결정을 무엇을 근거로 내렸는지를 보게 됩니다.
넥슨과 KT가 정확히 같은 평가체계를 채택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서로 다른 직무에서 ‘AI와 함께 문제를 푸는 방식’을 평가대상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은 공통적입니다.
BANSEOG VIEW
AI가 보편화될수록 결국 다시 ‘판단의 Evidence’를 보게 된다
AI가 채용에 들어오는 방식은 두 가지를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하나는 AI가 지원자를 평가하거나 전형을 자동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원자가 AI와 함께 실제 업무문제를 어떻게 푸는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번 넥슨과 KT 사례에서 반석이 주목하는 것은 후자입니다.
이 변화가 확산된다면 이력서에서 AI 도구 이름의 가치는 빠르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대신 어떤 업무를 맡았고, AI를 어디에 사용했으며, 무엇을 사람이 검증했고, 어떤 결과를 냈는지에 대한 Evidence가 더 중요해집니다.
채용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AI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추상적인 조건을 붙이기보다 실제 역할에서 AI에 맡길 판단과 사람이 끝까지 책임질 판단을 먼저 정의해야 합니다.
AI가 보편화될수록 채용에서 희소해지는 것은 AI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낸 답 가운데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SOURCES
근거가 된 원자료
- 넥슨컴퍼니 — 2026 넥토리얼 For Game Programmer 전형안내
접수기간과 서류→AI면접→AI활용 역량평가→직군면접→팀면접 전형절차
- 전자신문 — 넥슨, 채용형 인턴십 '넥토리얼' 모집…AI 활용 역량 평가 도입 (2026-08-25)
기존 코딩테스트 폐지, 실제 업무 유사 문제를 AI 도구로 해결하는 평가와 평가요소 설명
- 연합뉴스 — KT, 대졸 신입 채용 확대…AI 활용 역량 본다 (2026-08-25)
NW인프라·B2B·B2C 모집과 AI 단순지식보다 직무상황 문제해결 과정의 활용을 평가한다는 KT 설명
- KT그룹 채용 — 채용공고
KT그룹의 현재 채용공고 및 지원 채널
넥슨과 KT 두 사례는 2026년 한국 전체 채용시장의 보편적 변화나 특정 평가방식의 우수성을 증명하지 않습니다. 본문은 두 회사가 공개한 전형·평가 방향에서 관찰되는 공통 신호를 해석한 것입니다.